난독증이 생기는 이유
난독증은 말하고 듣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 단어를 정확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 장애입니다. 이는 대개 뇌의 회로에 발생한 결함 때문에 선천적으로 나타나며,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난독증은 지능과는 관련이 없으며, 숫자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난산증과도 별개입니다. 그럼 난독증은 왜 생기는 걸까요?
미국 예일대학교 난독증 및 창의성센터의 샐리 스웨이츠 공동책임자는 저서에서 “한 아이가 신경학적으로 건강하다면, 말 배우는 것을 피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핑커는 “언어의 기원은 1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구어는 선천적인 것”이라며, 말을 듣고 말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글을 이해하는 것(읽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문자는 인간의 역사에서 겨우 5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인간 뇌에는 여전히 낯선 존재입니다.
난독증이 없는 사람은 글자를 읽을 때 후방 읽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노란색과 주황색 부위). 반면,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후방 읽기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않으며 대신 하전두이랑(파란색 부위)이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뇌의 기본적인 코드는 문자보다는 음성입니다. 즉, 인간의 뇌는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 문자를 하나하나 해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은 뇌의 후방 읽기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며, 읽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유창하게 읽지 못하는 이유는 문자를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단어를 분석하고 이를 소리로 변환하는 초기 단계의 작업은 후방 읽기 시스템의 ‘측두-두정’ 영역에서 담당합니다.
반면, 숙련된 독자는 개별 문자보다는 단어 전체를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여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속독은 뇌의 측두-두정 아래에 위치한 후두-측두 영역에서 단 0.15초 만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때 후방 읽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즉, 이들은 글자를 해독할 수 없으며, 글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처럼 보입니다.
난독증은 글자가 어떻게 보일까
난독증을 겪는 사람들은 후방 읽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대신 하전두이랑이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하전두이랑은 단어를 발음할 때 입술, 혀,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문가들은 뇌 뒤쪽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하전두이랑이 더 많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전두이랑의 도움으로 난독증을 가진 사람도 입과 혀, 성대를 활용하여 단어를 물리적으로 형성하면서, 다소 느리지만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글자를 구성하는 음소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ㄱ', 'ㅗ', 'ㅁ'의 세 음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즉시 이해합니다. 또한 '곰'이라는 글자를 보면 후방 읽기 시스템이 이를 세 개의 음소로 분해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곰'이라는 글자가 음성으로 변환되어 그 의미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난독증을 겪는 사람은 '곰'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를 세 개의 음소로 나누지 못하고, '곰'을 눈으로 보았을 때도 이 글자가 세 개의 음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음운론적 취약성'이라고 하며, 이는 난독증을 가진 사람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즉,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모음'과 '마음'에서 '음'이 두 번째 글자라는 것, 또는 'ㅁ'이 두 단어의 첫 글자라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은 글자나 단어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읽으려 하기도 합니다. 이는 한자처럼 글자나 단어 전체를 외워서 읽는 방법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난독증 여부를 검사할 때는 비단어 읽기 검사도 반드시 포함됩니다. 비단어 읽기 검사는 '궥'이나 '뷁'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음소를 정상적으로 구분하고 결합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글자를 잘 읽지 못하지만, 난독증이 없는 사람은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난독증의 치료 방법
난독증의 주요 원인은 선천적인 요인이 크며, 후천적인 요인으로는 글자에 대한 노출 부족으로 글자를 배우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드물게 발생합니다. 태아기 동안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거나 유전적인 영향이 난독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난독증의 특징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난독증과 정상 사이에는 뚜렷한 구분이 없어서, 통계적으로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경미한 난독증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연구자들은 하위 3.5%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난독증은 여아보다 남아에서 3배 이상 많이 나타납니다.
난독증과 지능 간에는 관계가 없으며, 난독증을 극복하거나 여전히 난독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웬디 워서스타인, 에미상을 받은 드라마 작가 스티븐 캐널, 그리고 배우 톰 크루즈가 어렸을 적 난독증을 겪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난독증을 겪는 사람들 중 시각적 사고 능력과 독창적인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고 언급합니다. 글자를 읽기 어려운 만큼,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독증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난독증은 어린 학생에게 큰 어려움을 주며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난독증 치료는 소리글자(예: 한글)를 구성하는 음소를 반복 학습하는 것부터 시작하며, '빨리 읽기'나 '빠른 이름 대기 훈련' 등의 훈련을 통해 속도를 높여갑니다.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며, 꾸준히 치료하면 1~2년 내에 거의 완치될 수 있습니다.